2013년 9월 11일 수요일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른 한국
아시아의 맹주로 떠오른 한국
해외 영화인들이 한국을 찾는 경우는 대개는 그들의 신작 프로모션을 위해서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홍보를 위해 이들은 전 세계 주요 거점 도시를 돌며 ‘얼굴 마담’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할리우드 스타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국 바로 옆에 규모가 훨씬 큰 영화 시장인 일본 열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귀하신 몸’인 할리우드 스타들의 빽빽한 스케줄을 고려할 때 굳이 일본과 한국 양쪽에서 두 번 프로모션을 펼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뻔질나게 일본을 드나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 3인방이나 <섹스 앤 더 시티>의 블링블링한 4명의 뉴요커를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영화의 맹주로 떠올랐다. 또 박찬욱, 홍상수, 봉준호, 김기덕 등 한국 감독들이 칸과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위상이 부쩍 향상됐다. 2007년 서울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아시아 최초 정킷 프레스(Junket Press)를 열었던 <트랜스포머>는 할리우드의 눈을 한국으로 돌리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
극장 개봉 수익만 놓고 본다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한국이 <트랜스포머>를 가장 많이 본 나라가 됐다.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 스타들의 방한이 조금씩 많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되는 영화도 많아졌다.
물론 해외 스타들의 방한이 100%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대표적인 친한파 배우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엄청난 성공을 목격했지만, <작전명 발키리>나 <잭 리처> 등 기대 이하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들도 제법 있다. 윌 스미스의 <애프터 어스>는 미국에서도 흥행에 참패하더니 한국에서도 전국 관객 100만명을 넘기지 못하는 ‘대망(大亡)’ 영화가 됐다. 또 방한 태도 문제를 지적당했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2008년 작 <스트리트 킹>도 흥행에 참패했으며, 카메론 디아즈가 내한했던 <슈렉 3>와 키퍼 서덜랜드를 한국으로 불러들인 <몬스터 vs 에이리언>은 ‘잔잔’한 흥행에 그쳤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과거와 비교하면 할리우드와의 작업이 수월해졌다. 한국 감독과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해 좋은 성과를 올리고 한국 시장이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영화 마케팅의 중심으로 떠올랐다”면서 “해외 스타들의 방한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할리우드 스타의 내한 여부와는 상관없이 재미와 완성도를 담보한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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